'7세 고시' 아이에게 '영감'을 줘라... 한국엔 '키팅 선생'이 필요하다
'7세 고시' 아이에게 '영감'을 줘라... 한국엔 '키팅 선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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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정신건강의학과 김지용, 오동훈, 허규형 전문의가 영화나 드라마 속 캐릭터들의 심리를 분석하며 우리의 마음도 진단합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로빈 윌리엄스) 선생님.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디스테이션 제공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1950년대 미국의 명문 사립고 웰튼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전통, 명예, 규율, 최고’라는 엄격한 교훈 아래 숨 막히는 일상을 보내는 학생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모두가 정해진 길을 따라 명문대로 진학하고, 사회적 성공을 거두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이곳에 존 키팅이라는 새로운 영어무직자 대환대출
교사가 부임하며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그는 첫 수업부터 “시의 위대함은 운율이나 수치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과서를 찢어버리라고 말하고, 책상 위에 올라서서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 보라”고 외친다.
그의 파격적인 행보는 학생들의 마음에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린다. 키팅이 학생들에게 던진 “카르페 디엠”, 즉 “현재를 즐겨라”라는 nh농협저축은행
메시지는 단순한 쾌락주의적 구호가 아니었다. 그것은 억압된 환경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자기 존재의 의미와 주체성을 되찾으라는 외침이었다.
아이들은 '유예 공간'이 필요하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속 웰튼 아만기연장
카데미 학생들.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디스테이션 제공
정신분석학자 에릭 에릭슨에 따르면, 청소년기는 ‘정체성 대 역할 혼란(Identity vs Role Confusion)’을 경험하는 결정적인 시기다. 이 시기 청소년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역할과 가치관을 탐색새마을금고 연봉
하는 치열한 과정을 거친다. 건강한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는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 자유롭게 자신을 탐색할 수 있는 심리적 유예의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영화 속 웰튼 아카데미는 정해진 성공의 길 외에는 허락하지 않으며, 아이들이 고유의 색깔을 가진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채 기성 사회의 가치를 내면화하도록 내몬다. 마이카
학교에 아이들을 맡긴 부모들의 기대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의사나 변호사가 되고, 소위 말하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인생의 정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키팅의 등장은 아이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유예 공간’을 열어주었다. 그는 교과서적 지식이 아닌 시라는 매개를 통해 아이들이보증인대출상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숨겨 왔던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도록 이끌었다. 특히 그가 부활시킨 ‘죽은 시인의 사회’ 동굴은 성인들의 간섭 없이 자신들만의 생각과 꿈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물리적, 심리적 안전기지 역할을 했다. 이 공간 안에서 아이들은 비로소 역할 혼란의 안개를 걷어내고, 진정한 자기 자신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키팅은 정답을비영리법인
알려주는 대신, 아이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지지해주는 멘토였던 것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영어 교사 키팅.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디스테이션 제공
이러한 환경에서 학생들은 생애 처음으천마자연산
로 ‘자기결정성’을 갖게 된다. 심리학자 데시와 라이언이 제시한 자기결정성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이라는 세 가지 기본적 심리 욕구가 충족될 때 내적 동기가 유발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목소리를 내며 자율성을, ‘죽은 시인의 사회’ 클럽 활동을 통해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며 관계성을, 그리고 자신의 시여신금리
를 외치고 연극 무대에 오르며 유능성을 경험했다. 이는 성적과 순종이라는 사회적 압력에 의해 ‘가짜 자기’로 살아가던 아이들이 비로소 ‘진짜 자기’를 찾아 나서는 여정의 시작이었다.
키팅의 교육적 열정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이었을까? 그가 ‘죽은 시인의 사회’의 원년 멤버였다는 사실은 그의 교육이 과거 자신의 억압된 환경에 대한 저항이자 해국민은행 직무소개
결되지 않은 내면의 열망을 교육적으로 풀어낸 ‘승화’의 과정이었음을 짐작게 한다. 승화란 내적 갈등과 충동을 가치 있는 활동으로 전환시키는 성숙한 방어기제를 말한다. 그는 과거 자신이 느꼈을 답답함과 자유에의 갈망을 파괴적인 방식이 아닌 다음 세대를 일깨우는 교육적 에너지로 전환시킨 것이다.
'안전 기지' 되지 못하는 부모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속 웰튼 아카데미 학생들.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디스테이션 제공
그러나 빛의 이면에는 필연적으로 그림자가 존재하는 법이다. 닐 페리의 비극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버지의 강압에 못 이겨 의사의 길을 강요받던 페리는 연극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발견하고 무대에 오르는 용기를 낸다. 그러나 연극에 출연한 사실을 알게 된 페리의 아버지는 아들의 꿈을 짓밟고 육군사관학교로의 전학을 강요한다. 유일한 탈출구였던 꿈이 좌절되자 페리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정신분석가 존 볼비의 애착 이론에 따르면, 아이는 부모와 같은 양육자를 ‘안전기지’ 삼아 세상을 탐험하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돌아와 위로와 지지를 받으며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다. 그러나 페리에게 부모는 안전기지가 아니라 순종하지 않으면 애정을 철회하는 위협의 원천이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사랑받을 수 없으며 진정한 욕구를 드러내면 버림받는다’는 ‘내적 작동 모델’이 깊이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평생을 지배한 내면의 목소리에 맞서 처음으로 발견한 ‘진짜 자기’를 지키기 위해 페리는 최선을 다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되고, 결국 페리는 아버지의 뜻대로 사는 ‘심리적 죽음’과 그 고통을 끝내기 위한 ‘물리적 죽음’이라는 선택지 사이에서 후자를 택한다. 그의 선택은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 이유가 소멸되는 고통으로부터의 처절한 탈출이라는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학교는 페리의 죽음에 대한 모든 책임을 키팅에게 전가하고 그는 결국 학교를 떠난다. 그렇다면 키팅의 교육은 실패로 끝난 것일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키팅이 교실을 떠나려고 할 때 가장 소심했던 학생이었던 토드가 먼저 책상 위로 올라서서 외친다. "오 캡틴! 나의 캡틴!" 교장이 당장 내려오라며 분노에 차 소리치지만, 이어서 다른 학생들이 하나둘씩 책상 위로 올라서서 토드의 외침을 따르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교실의 절반 가까이가 책상 위에 올라서서 떠나는 스승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지막 경의를 표한다.
교장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그들의 모습은 더 이상 권위에 맹목적으로 순종하던 과거의 그들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는 키팅의 가르침이 얄팍한 반항심이 아닌 두려움을 이기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내면의 힘을 길러 주었음을 증명한다. 단지 한 알의 씨앗이 척박한 땅에서 움트지 못했다고 해서 농부의 땀과 노력을 실패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키팅이 뿌린 다른 씨앗들은 이미 학생들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 내려 각자의 성장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키팅이 없는 이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이 떠나게 되자 학생들이 책상에 올라 "캡틴"이라고 부르며 경의를 표하고 있다 .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디스테이션 제공
영화 속 웰튼 아카데미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은 어쩌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자화상과 너무나도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은 나날이 줄어가는데 교육 현장은 반대로 점점 치열해져 가는 것만 같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시작되는 과도한 경쟁을 ‘7세 고시’라는 신조어로 표현할 만큼 우리 사회는 유년기부터의 성취에 매몰되어 있다. TV와 유튜브에서는 명문대 합격생들의 공부법, 성적을 올리는 비법을 다룬 콘텐츠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아이들은 자기 이야기를 담은 시를 쓸 시간을 빼앗긴 채 ‘정답을 빨리 알아차리는 기술’을 배우는 데 내몰린다.
이런 현실 속에서 아이들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키팅’ 같은 어른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부모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챙겨야 할 정보, 준비시켜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보니 부모 역시도 그 안에 매몰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부모들의 노력이 의미 없다고, 아이를 망치는 길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 열정이 역설적으로 아이의 자율성을 앗아가고 수동적인 태도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선택의 기회 없이 부모가 생각하는 답안이 자꾸만 주어지게 되면 결국 아이들은 자신만의 항로를 탐색하는 대신 세상이 정해준 안전한 길을 정답으로 여기며 걷게 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포스터.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디스테이션 제공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다음 세대에 꿈꿀 수 있는 재료인 영감을 제시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영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색깔을 담은 꿈을 꿀 수 있도록, 저마다의 건강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심리적 유예’ 기간을 허락하고, 그 과정에서 겪는 혼란과 방황을 자연스러운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좌절을 100% 막아줄 수는 없더라도, 함께 고민하고 지지해주는 ‘안전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한다.
이 글을 보는 모든 부모님들은 내 아이가 단순히 사회가 요구하는 ‘쓸모 있는’ 인재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 존중받는 한 명의 인격체로 성장하기를 바랄 거라 믿는다. 이를 위해 우리 어른들은 아이의 삶에 ‘무엇을 이룰 것인가’가 아닌 ‘어떤 의미를 추구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모범 답안을 아이에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고민의 과정을 함께하며 “실패해도 괜찮아, 다른 길을 가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며 아이의 선택을 믿고 존중해주는 것이다.
‘몇 점을 받았냐, 어느 학교를 갈 수 있느냐’라는 성과 중심 패러다임을 잠시 내려놓고, 각자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고 실현하는 과정을 응원할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수많은 ‘캡틴’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갈 세상은 분명 지금보다 훨씬 풍요롭고 의미 있을 것이라 믿는다.
오동훈 연세온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